영화 어쩔 수가 없다 리뷰, 그리고 소름돋는 후기
부제: 이게 이런 의미였다고..?
오늘 리뷰할 영화는 올드보이 감독으로 유명한 박찬욱 감독이 만든 어쩔 수가 없다.

얼마 전, 1박 2일 여행을 갔을 때 묵었던 숙소에서 TV를 보다가 박찬욱 감독과 이병헌 배우가 유퀴즈에 출연한 것을 우연히 봤다.

알고 보니 비교적 최근인 25년 9월 24일에 개봉된 영화 어쩔 수가 없다를 홍보하기 위해 두 사람이 나온 듯 싶었다.
요즘 영화관에서 볼 영화가 너무 없어서 심심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배우와 감독이 영화를 만들었다길래 바로 영화표를 구매해서 영화를 봤다.

영화의 줄거리,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해서 말하자면 아래와 같다.
제지 회사인 태양 제지를 다니던 4인 가족의 가장 유만수(이병헌)가 갑작스러운 구조조정으로 인해 해고를 당한 후, 실직의 위기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뭔가 이렇게만 보면 이 줄거리에서 무슨 내용을 파악하고 느낄 수 있을지 전혀 감이 안 잡힐 수 있겠지만, 영화의 제목인 어쩔 수가 없다라는 키워드를 잘 생각하고 보면 영화 속에 흩어져 있는 여러 종류의 퍼즐들이 하나 둘 맞춰진다.

솔직히 말하면, 영화 후반부까지 이 영화가 관람객들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미적으로 굉장히 화려한 예술적인 장면들과, 분명히 어떤 의도가 다분하게 숨겨진 기이한 장면들이 많이 나오지만, 왜 굳이 이런 장면들을 넣었는지 영화를 보는 내내 잘 파악되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 맨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면서 나오는 아래의 장면을 보고 왜 이 영화의 제목이 어쩔 수가 없다인지, 그동안 등장했던 수많은 기괴한 장면들이 왜 그렇게 연출됐었는지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https://youtu.be/eq__AL_qpfs?si=ePZxsEDt4ned3dRv
영화 맨 마지막 장면에는, 갑자기 커다란 벌목 중장비가 나와서 나무를 아주 손쉽게 벌목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을 보고, 인간은, 아니 생명체는 자신의 이익과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상대방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유만수는 제지 공장에서 해고된 뒤, 다른 제지 공장으로 재취업을 하기 위해 경쟁자를 죽이는 선택을 한다.
어찌 보면 다소 극단적인 연출인 것 같지만, 오히려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어떤 것이든 한다는 본능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유만수가 재취업을 위해 경쟁자를 죽이는 것처럼,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너무나도 쉽게 우리의 이익을 위해 다른 것들의 희생을 강요한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환경 파괴이다.

더 나은 삶, 혹은 지금의 평화와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환경을 파괴한다.
벌목을 하고, 화석 연료를 사용하고, 가축을 길러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내가 행복하려면 어쩔 수 없이 환경을 파괴해야 한다.
정말 어쩔 수가 없다.
유만수도 마찬가지다.
내 가족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이 상대방에게 피해를 끼쳐야 한다.

사실 유만수는 그렇게까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영화 어쩔 수가 없다의 줄거리가 점점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유만수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죽이는 일까지 하게 된다.

권총을 숨기고 있던 수십 개의 두꺼운 장갑들이 하나 둘 벗겨지고, 결국은 방아쇠를 당겨 경쟁자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이 장갑은 그동안 인생을 살아오며 유만수가 가지고 있던 도덕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유만수가 고통 받고 있었던 충치로 인한 치통 역시 유만수의 마지막 도덕성을 나타낸다.
죄책감을 덜어주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만들어주는 알콜을, 그동안 힘들게 끊어왔던 알콜을 어쩔 수 없이 마시고 썩은 치아를 강제로 뽑은 뒤, 최선출을 죽인다.
결국 유만수의 도덕성은 완전히 사라지고, 결국 어쩔 수 없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위해 남이 피해를 보는 상황을 만든다.
내가 올해 5월까지 재직했던 회사도 비슷했다.
자신이 피해보는 상황을 만들기 싫어서 직장 상사들은(어쩌면 후임과 동료도)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일을 넘긴다.
나를 위하는 척 말을 하지만, 그 일을 자신이 하면 행복과 안위가 망가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다.

박찬욱 감독 특유의 미적, 그리고 예술적 감각이 살아있는 연출도 물론 보기 좋았지만, 어쩔 수 없다라는 영화의 제목 하나로 이끌어 내는 핵심적인 메시지가 아주 흥미로웠다.
https://review-doyoung.tistory.com/98
이기적 유전자 줄거리 독후감 및 리뷰 (책읽어드립니다, 저출산 관련 책)
오늘 리뷰를 하고 독후감(줄거리)을 쓸 책은 저출산 관련 책이자 책읽어드립니다에 나온 '이기적 유전자'.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부제는 '이기적인 것이 곧 이타적인 것'. '책 리뷰' 카테고리의
review-doyoung.tistory.com
자신의 유전자 번식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이기적인 선택도 기꺼이 하는 생명체의 본질, 그리고 본능을 아주 잘 나타내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은 결국 어쩔 수 없는 선택의 반복으로 지금까지 온 것이다.
하지만, 계속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지금의 선택을 반복한다면, 유만수가 저지른 행동처럼 그 결과는 오롯이 우리가 배로 감당해내야 할 것이다.
영화 어쩔 수가 없다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무자비하게 벌목되는 나무들이 우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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