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리뷰할 영화는 '빠삐용'.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부제는 '전역해서 아직도 행복합니다'.
여러 가지 영화들을 리뷰해 놓은 링크입니다.
초등학생 시절, 명절 특선영화로 봤던 영화이자 바퀴벌레 먹는 영화로 기억된 영화.
현역으로 복무하던 시절, 여러 번의 휴가 복귀 중에 버스 안에서 총 5번을 돌려봤던 영화.
전역의 행복, 그리고 자유의 소중함을 마음속 깊은 곳에 심어주는 영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나오는 OST를 듣는 순간, 빠삐용의 자유를 찾고자 하는 열망을 떠올리며 멍 때리게 되는 영화(궁금하신 분들은 밑의 영상을 참고하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1973년에 만들어진 아주 오래된 영화이기 때문에, 초등학교 시절에 봤을 때에는 그저 빠삐용이 바퀴벌레를 먹는 영화라고밖에 인식을 못했었다.
하지만 현역으로 복무하던 시절에 다시 보게된 '빠삐용'은 완전히 다른 영화로 다가왔다.
오죽했으면 복귀하던 버스 안에서 5번이나 돌려봤을까.
영화의 내용은 정말 간단하다. 위의 사진에 있는 빠삐용이 자유를 찾아 감옥을 탈출하는 내용이다.
탈옥하는 영화이긴 하지만 너무 오래된 영화이기 때문에 프리즌 브레이크 같은 탈옥영화를 상상하며 보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으로는 '자유'에 초점을 맞추고 영화를 감상해야 재미있게 영화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 영화를 빠삐용과 드가의 '우정'을 다룬 영화라고 한다. 그것도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군대를 갔다 온 사람이다 보니 '자유'라는 가치에 마음이 더 가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빠삐용이 탈옥을 하는 과정에서 겪은 상황들을 군대에 비교하는 것이 밸런스가 안 맞을 수도 있지만, 군대도 감옥이나 다름없이 '자유'라는 가치가 통제된 상황이기 때문에 같은 선상에 놓고 바라보고 싶다.
이제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빠삐용과 자유, 그리고 전역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영화 중반부에, 빠삐용이 독방에서 잠을 자다 꿈을 꾸는 장면이 나온다.
그 꿈의 장면 중 하나가 바로 위의 장면인데, 가운데 보이는 빨간색 옷을 입은 판사가 사회에 있던 빠삐용에게 자유로웠던 시간을 낭비한 것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다.
사실 빠삐용은 살인을 했다는 누명을 쓴 뒤 억울하게 수감이 됐고, 이로 인해 탈옥을 시도해왔었다.
하지만 이 꿈을 꾼 뒤로부터, 단순히 억울해서 탈옥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위해 탈옥을 시도하게 된다.
이 시점 이후부터 오는 탈옥 장면들은 꽤나 흥미롭고 탈옥에도 성공하는 듯했지만, 결국 또 실패를 하게 되면서 영화의 끝부분으로 다다르게 된다.
나는 아직도 빠삐용의 마지막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아래 영상이 빠삐용의 마지막 장면이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만,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청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수차례 탈옥시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탈옥에 실패한 빠삐용은 사방이 깊은 바다로 둘러싸인 섬으로 유배된다.
이 섬에서 우연히 몇 년간 떨어져 지냈던 드가를 만나게 되는데, 드가는 이제 탈옥 시도를 그만두고 남은 여생을 다른 감옥에 비해 비교적 자유로운 이 섬에서 보내기를 빠삐용에게 제안한다.
하지만 빠삐용은 드가의 제안을 거절하고 진정한 자유를 찾기 위해 코코넛 자루 하나를 들고 바다를 향해 몸을 던진다.
여러 가지 영화들을 리뷰해 놓은 링크입니다.
자유로웠던 시간을 낭비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진정한 자유를 되찾겠다는 열망 하나로 목숨을 걸고 모험을 떠나는 그의 열정은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를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든다.
군대라는 억압된 공간에서 벗어나 군인은 느낄 수 없는 자유의 달콤함을 맛보며 살고 있지만, 매일매일 침대에 누워 유튜브에 어떤 동영상들이 올라왔는지 살펴보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나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죄를 짓고 있다.
누군가는 빠삐용처럼 자유를 갈망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인간은 인간이다.
아무리 간절히 원했던 것이라고 해도, 그것이 막상 이루어지고 나면 그때의 간절함은 서서히 잊혀간다.
물론 전역을 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고 행복하며 입대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토록 원하던 자유를 얻었다는 것에 대한 행복감이 조금씩 무뎌져가고 있는 것 같다.
만약 빠삐용이 바다로 몸을 던진 뒤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그토록 원하던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된다면,
그때의 간절함을 평생 간직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남은 인생을 살아가게 될까?
아니면 결국 빠삐용도 인간이므로 그때의 간절함은 서서히 잊고 또다시 시간을 낭비하며 남은 인생을 보내게 될까?
물론 내가 빠삐용이 아니므로 감히 어떨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자유라는 가치와 인간의 본성에 대해 많은 질문들을 던지게 해주는 좋은 주제인 것 같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자유라는 가치가 목숨만큼 소중한 가치라는 것이다.
빠삐용만큼은 아니더라도, 자유롭게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행복할 줄 알며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남은 인생을 살아가 보고 싶다.
물론 말은 쉽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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