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리뷰할 영화는 식코.
GDP가 2경 5천조 원이 넘는 경제 대국인 미국에 대한 환상을 한 번에 깨 주는 영화.
국가에서 시행하는 사회보험이 왜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는 영화.
매달 3.5%씩 떼가는 건강보험료가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해주게 하는 영화.
대학교 재학 시절, 나는 사회보장론이라는 사회복지학 전공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다.
그때 교수님이 대표적인 사회보장 제도중 하나인 사회보험에 대해 설명을 하시면서 꼭 한번 봤으면 좋겠다고 추천해주신 영화가 바로 '식코'이다.
영화 식코의 도입부에는 목수일을 하다가 손가락이 잘린 릭이라는 남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이야기가 아주 흥미롭다.
릭은 여느때와 다름 없이 목수일을 하고 있었는데,
잠깐의 실수로 나무판자 뿐만 아니라 왼쪽 약지와 중지 한 마디도 함께 잘려나가게 됐다.
정말 듣기만 해도 손가락 끝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그런 아찔한 사건이지만,
릭은 손가락을 잘렸을 당시 느꼈던 아픔보다 다음의 상황이 더 걱정됐다고 한다.
"난 의료보험에 가입되어있지 않은데 어떡하지?"
사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손가락이 잘린 상황에서 의료보험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 절대로 이해가 되질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손가락이 잘렸다고 해도 병원에 가서 돈 백만 원만 내면 이 문제는 금방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릭의 상황은 달랐다.
릭은 미국인이었다.
릭은 당장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잘린 손가락을 붙여달라고 말했지만,
중지 손가락을 붙이려면 7,000만 원, 약지 손가락을 붙이려면 1,400만 원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의사로부터 듣게 된다.
릭은 잘린 두 손가락을 모두 붙일 형편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릭은 결국 비싼 중지를 포기하고 비교적 싼 약지를 붙이는 것을 선택한다.
이 어처구니 없는 릭의 이야기가 영화 식코의 핵심 내용이자 주제라고 보면 된다.
영화 식코가 개봉할 당시 미국의 인구는 약 3억명이었으며,
이 중에서 약 2억 5천만 명이 미국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나머지 약 5천만 명은 미국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고 나온다.
그래도 3억 명 중에서 2억 5천만 명이 미국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것이라면,
미국 전체 국민 중 약 83%는 릭이 경험한 비극적인 상황을 겪지는 않게 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미국인도 절대로 의료비용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미국의료보험에 가입하기 위한 조건은 상당히 까다롭다.
특정 질병을 가지고 있으면 안되고,
너무 저체중이거나 너무 고체중이어도 안되고..
조건만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의료급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그 의료급여를 받기 위한 승인 절차 역시 매우 까다롭다.
미국의료보험의 가입조건과 보장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국가차원에서 의료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수익추구만을 위해 일하는 민간 보험사들만이
의료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냥 민간 보험사들이 돈을 많이 벌려고 의료보험 가입 조건과 보장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것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건강한 사람들이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왜냐하면, 건강한 사람들은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아플 확률이 적기 때문이다.
또한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까다롭게 하면 그만큼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들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의료급여 보장 조건을 까다롭게 만든다.
우리나라에는 공적 의료보험 서비스(국민건강보험)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게 해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영화 식코에서는 이와 같은 미국의료보험의 끔찍한 현실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캐나다, 영국, 프랑스의 의료보험제도와 미국의 의료보험제도를 비교한다.
이렇게 미국의 의료보험제도와 다른 나라의 의료보험제도를 비교하는 장면은 다음의 두 컷으로 아주 쉽게 설명할 수 있다.
"퇴원하는 기준은 완납 여부가 아니라,
환자 회복 여부와 안전한 퇴원 여부이다."
어떻게 이런 멋있는 말을 할 수 있는지 참 신기하다.
이렇듯 국가차원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영국과 같은 나라는 의료서비스의 목적을 수익추구가 아닌 환자의 회복 여부로 둔다.
수익추구만을 위해 기업을 운영하는 미국의 의료보험 대기업과는 완전 반대되는 마인드다.
물론, 이렇게 영국과 같은 전국민 의료보험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그만큼 많은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영국과 같은 의료보험제도를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자신이 이 글의 초반부에 이야기한 릭과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면,
잘린 두 손가락을 모두 붙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서 한쪽 손가락만 붙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절대로 영국과 같은 의료보험제도를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영화 식코 리뷰(Feat. 미국의료보험제도 : 손가락 붙이는데 7,000만 원)를 해봤다.
국가차원에서 운영하는 사회보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사회복지나 사회보장제도에 관해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다.
https://review-doyoung.tistory.com/166
위 책 역시 사회보험과 같은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아주 훌륭한 책이기 때문에 한 번 읽어보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지금까지 영화 식코 리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review-doyoung.tistory.com/category/%EC%98%81%ED%99%94%20%EB%A6%AC%EB%B7%B0
여러 가지 영화들을 리뷰해 놓은 링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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